
이토록 이민아(52)에게 시련은 일상이었다.
미국 LA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민아는
'저항의 문학' 이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 등
무신론자, 이성주의자임을 자처하던 70대 노장이
'민아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이어령의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 중에서).
자식의 고난 앞에서는 지성도, 과학도 힘을 잃는 걸까. 기적은 과연 있는 걸까.
4년 전 버클리대학에 다니던 맏아들 유진을 잃은 이민아는
"내 안에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면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6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이민아 변호사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맏아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그녀의 모습은 평안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이들을 사랑해주세요.
◆사랑의 기적
―왜 '땅끝의 아이들'인가.
" 술, 마약, 폭력의 구렁텅이에서 희망을 잃은 아이들,
―책 표지에 '간증집'이라고 적었다.
" 내가 변호사였다. 재판에선 증언을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온누리 교회 하용조 목사와의 인연이 깊다.
"내가 갑상선 암이 재발됐던 1996년, 하 목사님이 LA의 한 교회에 오셨다.
그렇게 아픈 지 30년이라더라. ' 목사도 아픈가?' 하면서 쳐다봤다.
―장례식 때 많이 울었겠다.
"4 년 전 내 아들 유진이를 하늘나라에 보내던 날 마지막으로 울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어떻게 울지 않나.
"'나니아 연대기'를 쓴 영국 작가 C.S 루이스는
―맏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한 자기 위안으로 들린다.
"지금도 내 아들이 죽은 원인을 모른다.
1 년 동안 매일 울면서 신을 원망했다.
이전에도 검사, 변호사로 일하면서 청소년 문제 상담활동을 열심히 해왔지만
술과 마약을 끊고 부모에게 돌아가더라.
―그렇다고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유진이는 죽지 않았다. 아이들을 통해 나는 매일 유진이를 만난다.
◆ 이어령의 딸
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다.
그런 그가 1981년 졸업하자마자 무명의 청년작가
이 민아는 자신의 청소년기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오늘 눈을 감고 아침에 안 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땅끝의 아이들’ 중에서)
―‘이어령의 딸’로 사느라 진짜 이민아의 삶을 살지 못했다고 썼더라.
집안 망신 안 시키려고 공부했다고 썼다.
“아버지가 이 책의 원고를 가장 먼저 봐주셨다.
나의 부모님은 한국 부모로서 거의 완벽한 분들이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밥 굶지 않고 자란 아이의 배부른 푸념으로 들릴 수 있다.
“사소한 어긋남에서 부모와 자녀의 단절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아버지’ 이어령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아는 사람 중 자기 일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외모를 많이 닮았다.
“둘 다 완벽주의자다. 아버지처럼 문학을 했고, 글쓰기를 좋아했다.
―어머니 강인숙 교수는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영인문학관 관장으로 활동한다.
“엄마의 집은 언제나 질서가 있고 안전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첫 결혼의 실패
―김한길과의 첫 결혼에 실패했다.
“아버지에게서 얻지 못한 사랑을 첫사랑에서 찾았다고 착각했다.
―5년간 지속된 결혼생활이 많이 힘들었나 보다.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아이 낳고 공부도 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 죽을 맛이었다.
―책에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에 대해 썼다.
“부부가 있다.
'여보 내가 맛있는 거 해놨어’ 하면 ‘나 지금 밥 먹을 기운 없어’ 하고,
―원망은 없으신가.
“전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들 유진이를 함께 낳았고,
나는 결혼이 언약이라는 것을 몰랐다.
―지금의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래서 하나님을 믿는 건가.
“나 자신을 죽이고 남을 섬기는 것이 기독교가 말하는 예수의 십자가 사랑이다.
◆종교와 사교
―재혼해서 얻은 둘째 아들은 특수자폐 판정을 받았다.
“아이를 받아주지 않아 초등학교를 다섯 번 옮겼고, 중학교도 1년 다니다 쫓겨났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내 아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렇게 1년이 흐르자 아이의 자폐증상들이 봄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고의 지성인 이어령 교수가 세례를 받은 계기가 당신의 실명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딸의 불행 앞에서 신에게 무릎 꿇고,
“그래서 아버지가 나더러 간곡히 부탁하셨다.
―2년 전 목사 안수를 받았다.
“나는 우리 한국교회가 예수가 세웠던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성장일로, 자본주의식 복음주의의 폐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예수 믿어야 천국 간다’는 피켓 구호에 사람들은 혐오감을 느낀다.
“교회는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땅끝의 아이들
―최근에는 미국, 아프리카, 남미 등지를 돌면서 청소년 선교에 열심이라고 들었다.
“문학이 적성에 안 맞았다. 추상적인 사고가 내겐 너무나 어려웠다.”
―해스팅스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처음엔 LA지방법원 검사로 일했다.
“아이 넷 수월하게 키워보려고 공무원인 검사를 10년 했는데,
―교포 2세대의 문화단절, 세대단절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일까.
“술과 마약의 문제는 사랑의 문제다.
나를 변호사로 이직(移職)하게 한 K라는 아이만 해도
아까도 말했지만, ‘사랑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고 느끼게 해주면
―아프리카 케냐에도 갔다.
“나이로비에서도 비행기로 두 시간을 더 가야 하는
―무슨 얘긴가.
“아이들이 나를 끌어안는데 역한 냄새가 진동하니 참을 수가 없더라.
그때 누가 저 멀리서 뛰어오더니 단숨에 병자를 끌어안는다.
―이혼, 암, 실명, 아들의 죽음 등 당신에게 닥쳤던 시련을
“내 생애 가장 기뻤던 순간이 죽을 것 같은 진통 끝에
―건강이 다시 나빠져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다고 들었다.
“오늘 죽는다면 오늘이 세상을 떠날 완벽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요즘 당신의 기도는 무엇인가.
“내 마음에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게 하소서.
출처 : 다락골구름밭
글쓴이 : 삼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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